자연과학

평균과 3변수 (3)

Engivia 2025. 4. 9. 00:45

저번 시간까지 조화평균과 산술평균의 차이 그리고 왜 3변수로 정의된 물리량에서

특정 물리량이 고정됐을 때, 조화평균이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제 진짜 시험문제에서 출제자들이 이를 어떻게 출제하고 수험생들에게 정보를 주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물리·화학·수학적 원리가 드러나는 문제들은 시험장에서 “공식만 외우면 금방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실제로는 헷갈리지?”라는 경험을 주는 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출제자는 문제 속에 필요한 정보를 은근히 감추거나 일부만 제공하여 수험자가 곧바로 공식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설계한다. 이 글에서는 왜 이전에 다룬 “3변수 구조 + 비례·반비례 + 분수(단위당)”라는 통찰이 시험 문제 풀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를 살펴본다.

시험 문제는 직접 “조화평균을 써라”라고 안내하지 않는다. 문제는 조건만을 우회적으로 제시하여 수험자가 그 밑에 숨은 구조를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왕복 속도 문제에서는 “한 구간은 시속 60km, 다른 구간은 시속 40km로 주행한다”라는 식으로 조건을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구간의 거리가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이 조건만으로도 실제 평균 속도는

$$
\bar{v} = \frac{2}{\frac{1}{v_1} + \frac{1}{v_2}} = \frac{2 v_1 v_2}{v_1 + v_2}
$$

라는 조화평균 형태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화평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총 이동 시간”과 “총 이동 거리”를 제시하여 수험자가 직접 계산하도록 만든다.

또한 공동 작업 문제에서는 “A는 혼자 6시간 걸리고 B는 혼자 걸리는 시간은 미지수이다. A와 B가 함께하면 1시간 20분 걸린다”라는 조건을 주어, 수험자가 미지수 $t_B$를 설정한 후

$$
\frac{1}{t_A} + \frac{1}{t_B} = \frac{1}{t_{\text{함께}}}
$$

와 같은 식을 세워 풀도록 유도한다. 만약 $t_B$를 직접 알려주었다면 정보 하나를 제공한 셈이 되어 바로 풀이가 가능하겠지만, 이를 감추고 대신 “함께 했을 때 걸리는 시간”만 주어 수험자가 스스로 방정식을 세워야 한다.

출제자는 문제를 통해 “어떤 값이 고정되는가?” (예를 들어 거리인지, 시간인지)와 “각 구간의 비중은 같은가?”를 의식적으로 파악하도록 만든다. 대다수 수험생이 “왕복 속도 문제나 A속도-B속도 문제는 조화평균을 쓰면 된다”라는 공식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가 구간 비중의 차이를 눈치채지 못하여 오답을 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문제에서는 표, 그래프, 지문 등으로 필요한 정보를 여러 곳에 흩어 놓아 수험자가 “나에게 몇 개의 독립 정보를 주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종합하도록 유도한다. 한두 개라도 정보를 놓치면 해를 찾지 못하거나 다중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정보를 온전히 주면 쉽게 풀릴 문제도 하나만 생략하거나 표를 나누어 놓으면 수험자가 고생하게 만든다. 문제는 “어떤 값이 고정인가?”, “역수합인지 단순합인지”, “증발이나 누락으로 인해 분량이 바뀌지는 않았나?”와 같이 직접 확인하도록 유도하여 풀이 과정을 한 단계 복잡하게 만든다.

결국 시험 문제 해석의 핵심은 “어떤 값이 고정인가?”를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왕복 속도 문제는 ‘거리가 같다’는 조건이 있고, 병렬저항 문제는 ‘전압이 같다’는 조건, 작업 문제는 ‘목표 작업량(1작업)이 같다’는 조건을 통해 문제를 풀도록 만든다.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에서는 역수합, 즉 조화평균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고, 구간마다 시간이나 거리, 분량이 다르면 각 구간의 비중에 맞는 가중평균을 적용해야 한다.

시험 문제는 “당신이 본질을 아는가?”를 묻는다. 예를 들어 왕복 속도 문제에서는 대부분 “같은 거리” 조건이 적용되어 역수합(조화평균)을 사용해야 하지만, 중간에 거리가 다른 구간이 섞이거나 시간이 달라지면 단순 조화평균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동 작업 문제에서는 “역수 합이 핵심”이지만 한 사람의 작업률(역수)을 숨기거나 가중 시간이 다르면 혼란을 초래한다. 농도 문제에서는 “소금은 보존되지만 물은 증발할 수 있다”라는 조건에 따라 분모(부피)가 변하면 단순 합이 깨지고, 출제자는 이에 중요한 힌트를 분산 배치한다. 병렬저항 문제는 때로 공식을 바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복잡한 회로 문제에서는 “전류”나 “전압” 중 어느 쪽이 일정한지를 직접 판단하게 회로를 설계해서 수험자가 헷갈리도록 설계한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예시를 통해 “어떤 현상도 결국 \(X = Y \times Z\)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어떤 값이 고정되느냐에 따라 문제 풀이 방식(산술평균, 조화평균, 기하평균)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이제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도 본질적으로 단순한 패턴 안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일한 뿌리에서 뻗어나오는 다양한 현상이다.  
많은 현상이 본질적으로 3변수 곱 구조를 띤다. 우리가 관찰한 거리, 작업, 질량, 용질의 양 등은  
$$
X = Y \times Z
$$  
의 형식으로 기술된다. 예를 들어, 거리는 속도와 시간의 곱이며, 작업량은 작업률과 시간이 곱해져 나오고, 질량은 몰수와 분자량의 곱으로 나타난다. 한 변수가 고정되면 나머지 두 변수는 정비례 또는 반비례 관계로 움직인다. 이 사실이 곧 평균 계산(예를 들어 왕복 속도 문제에서 조화평균이 도출되는 원리)을 이끌어낸다.

분수의 본질은 ‘단위당’이라는 개념이다.  
우리가 \(\rho = \frac{m}{V}\) 또는 \(R = \rho \frac{L}{A}\)와 같이 나타내는 수식에는 ‘단위 부피당 질량’ 또는 ‘단위 길이당 저항’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여러 요소가 동시에 작용할 때, 기준 단위(면적, 부피 등)가 합쳐지는 효과 때문에 역수들의 합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병렬저항에서 조화평균이 등장하는 원리와 동일하다.

시험 문제와 정보 설계에 숨겨진 공통 원리이다.  
시험 출제자는 “조화평균”이라는 용어를 직접 주지 않고 “같은 거리”나 “같은 작업량” 등 고정 조건을 제시하여 수험자로 하여금 문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구조를 스스로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왕복 속도 문제에서는 “한 구간은 시속 60km, 다른 구간은 시속 40km로 주행한다”는 조건으로 동일한 거리가 암시되어  단순 산술평균이 아니라  
$$
\bar{v} = \frac{2}{\frac{1}{v_1} + \frac{1}{v_2}} = \frac{2 v_1 v_2}{v_1+v_2}
$$  
라는 조화평균 형태가 도출됨을 암시한다. 공동 작업 문제에서는 각자의 작업률이 역수 형태로 표현되고 최소공배수를 통한 통분 방식이 결과적으로 역수합의 원리로 이어진다. 출제자는 문제에 필요한 정보를 일부 감추거나 흩어 놓아 수험자가 “어떤 정보가 고정되고 어떤 값들이 누락되었는가”를 스스로 추론하도록 만든다.

정보이론적 관점에서 ‘독립적인 방정식의 수’와 ‘미지수의 개수’가 일치할 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본 원리가 작용한다. 정보를 살짝 누락시키면 수험자는 추가 추론 과정을 통해 본질적인 구조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파인만식 통찰이 있다.  
“완벽히 이해한 것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는 리처드 파인만과 아인슈타인의 말을 기억하라. 우리가 복잡해 보이는 문제들을 근본 원리로 환원시키면, 그 본질은 단순한 공식 하나에 담겨 있다. 3변수 곱 구조와 “무엇이 고정되었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현상의 뼈대이다.

다시 한번 명심하자.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장황했던 설명인

왕복 속도의 조화평균, 병렬저항의 역수합, 최소공배수를 통한 작업률 계산, 분수의 ‘단위당’ 의미
그리고 시험 문제 속에 감춰진 정보 설계

 

는 결국 “어떤 현상이 동일한 기본 구조, 즉 3변수 곱과 비례·반비례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공유한다. 이런 통찰을 마음에 새기면, 어떠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이것은 단순히 ___의 문제다”라는 직관을 갖게 되어 문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적절한 평균 및 계산법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복잡해 보이는 현상들은 사실 단순한 원리의 변주에 불과하다. 이 통합된 관점을 토대로 문제를 바라보면, 우리의 삶의 수많은 문제들이 암기할 공식의 나열이 아니라 정의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결과이다.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