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독립(independence)이란 무엇인가 (1) : 각 분야에서 독립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Engivia 2025. 5. 14. 11:33

독립(independence)이란 개념은 자연과학의 많은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사실 그 이전에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독립"이라는 단어는 일상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 "저 사람은 부모로부터 독립했어."
    → 부모 도움 없이 살아감.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상태)
  • "이 팀원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어."
    → 혼자 힘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음. (다른 팀원 도움 없이 일을 완성)

이 일상의 예시들을 보면 독립이란 단순히 혼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혼자서도 무언가를 이루거나 작동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즉, 독립은 자연스럽게 "혼자서 가능하다"는 느낌과 연결되어 있다.

 

혼자 가능하다는 건, 곧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럼, "의존하지 않는다"는 건 뭘까?

  • A가 B에 의존하지 않는다. → B가 없어도 A는 존재할 수 있다.
  • A가 B에 의존한다. → B가 없으면 A도 존재할 수 없다.

즉, 의존성은 곧 '존재나 작동의 조건'이다.

그러니까 독립은 반대로
"자신의 존재나 작동이 다른 무언가의 조건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그 조건을 만족한다는 뜻" 이다.


 

이를 자연과학에서 특히 수학이라는 학문에서는 어떻게 쓰는지 생각해보자.

 

  • 벡터 공간에서의 두 벡터가 서로 독립이란 뜻은
    → 하나의 벡터가 다른 벡터로부터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의존하지 않으며 자신이 스스로 하나의 축을 만듦)

  • 확률적 독립이란
    → 다른 사건에 의존하지 않아도 확률이 성립하는 사건이다. (자기 확률을 스스로 결정함)

  • 그래프에서 간선들의 집합이 독립이라는 뜻은
    → 간선들이 서로 연결돼 있긴 하지만 절대로 순환(cycle)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느 하나의 간선도 다른 간선들로 만들어진 경로에 의해 중복되지 않음.
    즉, 각각의 간선이 불필요한 연결 없이 필수적인 연결 구조만 구성함.)
    쉽게 말해, 그래프에서 독립적인 간선 집합은 "순환 없이 최소한의 연결만을 이루는 간선들의 집합이다."

마지막 그래프에서의 독립을 간단한 예시로 풀어보면

 

  • 섬 3개를 다리로 연결한다고 할 때
    • 섬 3개는 최소 2개의 다리로 연결됨 (트리 형태)
    • 이때 두 다리 중 하나라도 없으면 연결 끊김 (필수적, 독립적)
  • 만약 다리가 3개 이상이 되면
    • 반드시 어딘가에서 순환(cycle)이 발생
    • 이때 추가된 다리는 이미 존재하는 다른 다리 조합으로 대체 가능한 중복 연결 (종속적, 비독립적)

와 같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나타나는 이 독립이라는 개념은 언뜻 보기에 사뭇 달라보인다.

그렇지만 그 개념의 본질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일상 속에 쓰이는 독립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벡터 공간의 독립, 확률 이론의 독립, 그래프 구조에서의 독립은 모두 다른 대상에 의해 설명되거나 구성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즉, 존재하거나 작동하기 위해 타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 성립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다만 이러한 독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은 그 개념이 정의되는 수학적 공간의 연산 구조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 벡터 공간에서는 연산의 기본 단위가 선형결합이기 때문에 어떤 벡터가 다른 벡터들의 선형결합으로 나타날 수 없다는 사실은
    그 벡터가 새로운 차원을 형성한다는 구조적 의미를 갖는다.
  • 확률 공간에서는 연산의 기본 단위가 조건부 확률이기 때문에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을 알아도 예측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건이 정보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동일한 철학적 정의(의존의 부재)에서 출발한 독립 개념이 서로 다른 수학적 구조 안에서는
"차원을 확장하는 힘", "정보 간 예측의 단절", "경로의 비포함성"과 같은 서로 다른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결국, "의존하지 않는다"는 이 하나의 문장은 수학 각 분야에서 "생성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다", "경로로 대체되지 않는다"와 같이 각 구조의 언어로 번역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독립이라는 개념을 두 가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구조적으로 생성 불가능한 상태로서의 독립 다른 하나는 정보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서의 독립이다.

 

 


 

구조적 독립과 정보적 독립

위의 두 관점으로 독립의 개념을 두 가지 다른 ‘독립’ 개념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구조적 독립과 정보적 독립이라 하겠다.

  • 구조적 독립이란
    어떤 대상이 구성 요소나 구조에 의해 생성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는 "생성 불가능성"의 의미와 정확히 대응된다. 이는 존재의 구조나 물리적 구성 차원에서의 독립성을 뜻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1) 하나의 벡터가 다른 벡터들의 선형결합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구조적으로 독립이다. 
    2)  어떤 간선이 다른 간선들로 만들어진 경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것도 구조적으로 독립이다.
    3) 프로그래밍에서 모듈 A가 모듈 B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작동한다면
    → A는 B에 대해 구조적으로 독립이다. 또한, 반대로 B도 A에 대해 구조적으로 독립이다.
    → 이는 서로 별개의 구조라는 뜻이며 한 쪽이 없어도 다른 쪽이 문제없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위의 예시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 

    즉, 어떤 대상이 그 자체로 존재의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 정보적 독립이란
    어떤 사건이나 대상이 다른 정보로부터 예측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예측 불가능성"의 개념과 대응된다.
    1) 주사위를 두 번 던졌을 때
    → 첫 번째 결과를 알아도 두 번째 결과의 확률은 바뀌지 않는다.
    → 두 사건은 정보적으로 독립이다.
    2) 두 센서 A, B가 각각 다른 위치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있고
    → A의 측정값을 알더라도 B의 값을 더 정확히 추정할 수 없다면
    → A와 B는 정보적으로 독립이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해 아는 것이 다른 대상에 대한 추론 가능성이나 예측력을 높이지 못할 때, 우리는 이 둘이 정보적으로 독립이라 한다.

 

이 둘은 모두 '의존하지 않는다'는 공통 개념을 포함하지만
그 기준점은 완전히 다르다.

비교 항목 구조적 독립 정보적 독립
핵심 질문 존재 자체가 성립 가능한가? 정보를 통해 예측 가능한가?
기준 생성 구조의 독립성 정보량의 상호 무관성
관련 분야 선형대수, 그래프 이론, 시스템 구조, 존재론 확률이론, 통계학, 정보이론, 인식론
개념적 초점 '존재의 원천'에 대한 질문 '지식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
키워드 생성 불가능성 예측 불가능성
판단 방법 다른 요소들로 만들 수 있는가? 다른 정보로 더 잘 알 수 있는가?
 

따라서 다음과 같이 두 개의 독립이 엇갈려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 두 사람의 생각이 전혀 예측되지 않는다면
    → 정보적으로는 독립일 수 있지만
    → 둘이 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자라났다면 구조적으로는 의존적일 수 있다.
  • 반대로, 서로 완전히 분리된 장치가 있다고 해도
    → 동일한 외부 정보를 바탕으로 작동한다면
    → 구조적으로는 독립이지만 정보적으로는 종속적일 수 있다.

이렇듯 서로 다른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는 독립이란 개념은 단순히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