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사실은 학생 때부터 이를 주제로 정리하고 싶었다.

카테고리도 입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에 있는 것은
이 주제가 단순히 입시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수능 과학탐구, 중학교 때 배우는 악랄한 소금물 문제,

PSAT 및 기업 인적성 그리고 NCS 문제들까지

왕복 속도, 공동 작업, 병렬 저항 같은 문제들은 각기 다른 시험에서 등장하지만
풀다 보면 유사한 계산 구조를 반복하게 된다.
평균을 구한다는 점도, 역수가 등장한다는 점도 닮아 있다.

세상은 곱셈으로 연결된 세 변수로 돌아간다

많은 물리적·화학적 관계는 세 개의 변수가 곱셈으로 연결되어 있다.

  • 거리 = 속도 × 시간
  • 질량 = 몰수 × 분자량
  • 작업량 = 작업률 × 시간
  • 용질량 = 농도 × 부피
  • 저항 = 고유저항 × (길이 ÷ 단면적)

표현은 다르지만 구조는 같다.
하나의 값을 고정하면 나머지 두 값은 정비례하거나 반비례로 움직인다.

이 구조는 문제 풀이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같은 거리에서의 평균 속도,
같은 작업량을 처리하는 시간,
같은 부피에서의 농도 변화,
이 모든 상황에서 평균을 구하는 방식은 달라지지만 그 기준은 언제나 같다.
무엇이 고정되어 있는가.

고정된 조건에 따라
산술평균이 나오기도 하고
조화평균이 나오기도 한다.
그 차이는 문제의 구조가 달라진 결과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그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려고 한다.

평균은 하나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균이라 하면 숫자들을 더한 뒤 개수로 나누는 산술평균을 떠올린다.
그러나 물리량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평균은 그렇게 단순하게 구해지지 않는다.

어떤 값을 평균 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고정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왕복 속도를 보자.

60km의 길을 시속 60km로 가고,
같은 60km를 시속 40km로 돌아온다.
그러면 평균 속도는 얼마인가?

단순하게 (60 + 40) ÷ 2 = 50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답은 48이다.

왜 그런가?
왕복이기 때문에 거리는 같다. 이 경우에 고정된 것은 ‘거리’다.

그러면 전체 시간은
앞 구간에서는 60 ÷ 60 = 1시간,
뒤 구간에서는 60 ÷ 40 = 1.5시간이 걸린다.
총 120km를 2.5시간에 이동한 것이므로
평균 속도는 120 ÷ 2.5 = 48이 된다.
$$\frac{2}{\frac{1}{v_1} + \frac{1}{v_2}} = \frac{2v_1v_2}{v_1 + v_2}$$

이를 일반화하면 같은 거리일 때의 평균 속도는 조화평균이다.
$$\bar{v} = \frac{n}{\frac{1}{v_1} + \frac{1}{v_2} + \cdots + \frac{1}{v_n}}$$
또는
$$\bar{v} = \frac{n}{\sum_{i=1}^n \frac{1}{v_i}}$$

한편, 같은 시간일 때는 산술평균이 맞다.

60km/h로 1시간 40km/h로 1시간을 달렸다면
시간이 같다. 이 경우에 고정된 것은 '시간'이다.
이동한 거리는 60 + 40 = 100km이고 총 시간은 2시간.
평균 속도는 100 ÷ 2 = 50km/h.

이 경우엔 단순히 (60 + 40) ÷ 2로 계산해도 정답이다.

평균은 조건에 따라 바뀐다.

같은 거리라면 조화평균,
같은 시간이라면 산술평균.

이것은 단지 속도 문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 작업, 농도, 화학 계산, 전기 회로 등 수많은 상황에서도 똑같은 원리가 반복된다.

평균을 구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고정된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병렬저항은 조화평균(조화합)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예시이다.

조화합은 “하나의 값이 고정된 상황에서, 나머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할 때 역수의 합으로 나타나는 구조”를 보인다. 이런 특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물리 현상 중 하나가 병렬저항이다.

병렬 연결: 전압은 같고 전류가 갈라져 흐른다
두 저항 $R_1$, $R_2$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자. 병렬이라 함은, 두 저항이 동일한 전압 $V$에 걸리되 전체 전류 $I$가 나뉘어 $I_1$, $I_2$로 흐르는 상황을 말한다.
옴의 법칙 $V = IR$에 따라 각 저항에 흐르는 전류는

$$
I_1 = \frac{V}{R_1}, \quad I_2 = \frac{V}{R_2}.
$$

그러므로 전체 전류는

$$
I = I_1 + I_2 = \frac{V}{R_1} + \frac{V}{R_2} = V \left( \frac{1}{R_1} + \frac{1}{R_2} \right).
$$

이를 등가 저항 $R_{\text{합}}$ 하나로 나타내고 싶으면

$$
V = I R_{\text{합}} \quad \Rightarrow \quad V = V \left( \frac{1}{R_1} + \frac{1}{R_2} \right) R_{\text{합}} \quad \Rightarrow \quad \frac{1}{R_{\text{합}}} = \frac{1}{R_1} + \frac{1}{R_2}.
$$

결국, 병렬 연결에서 저항들의 역수가 더해진다는 공식은 “전압 동일 + 전류 분산”이라는 물리적 조건에서 곧바로 도출된다. 단순히 외우는 식이 아니라, 병렬 조건이

$$
\frac{1}{R}
$$

들을 합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보자. 저항은 본래 분수 물리량이다
옴의 법칙에 따르면

$$
R = \frac{V}{I}
$$

로 표현할 수 있지만 실제 물질이나 도체에 대해서는

$$
R = \rho \cdot \frac{L}{A}
$$

라는 식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물리적이다. 여기서 $\rho$는 고유저항, $L$은 도체의 길이, $A$는 단면적이다. 길이가 커질수록 저항이 증가하고, 단면적이 커질수록 저항이 감소하는 분수 구조를 갖는 셈이다.

이제 병렬 연결을 다시 들여다보자. 병렬이라는 것은 한 전선에서 여러 갈래로 전류가 동시에 흐르는 형태이므로, 물리적으로 단면적이 ‘합쳐지는’ 효과와 같다. 즉, 전류가 흐를 수 있는 통로가 여러 갈래로 늘어남에 따라, 결과적으로

$$
\frac{1}{R}
$$

형태의 합이 나타난다. 이것이 곧 조화합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이유다.

실제 식으로 확인해보자.
예컨대

$$
R_1 = \frac{L_1}{A_1}, \quad R_2 = \frac{L_2}{A_2}
$$

라는 형태라면

$$
\frac{1}{R_{\text{합}}} = \frac{1}{\frac{L_1}{A_1}} + \frac{1}{\frac{L_2}{A_2}} = \frac{A_1}{L_1} + \frac{A_2}{L_2}.
$$

이를 통분하면

$$
\frac{1}{R_{\text{합}}} = \frac{A_1 L_2 + A_2 L_1}{L_1 L_2},
$$

따라서

$$
R_{\text{합}} = \frac{L_1 L_2}{A_1 L_2 + A_2 L_1}.
$$

이 수식을 $\rho$를 다시 곱해 주면 우리가 흔히 보는

$$
R_{\text{합}} = \frac{R_1 R_2}{R_1 + R_2}
$$

꼴로 되돌아오게 된다. 나아가, 이 공식은 두 저항이 아니라 $n$개의 저항이 병렬로 연결된 경우에도 똑같이 “$$\frac{1}{R}$$를 더한다”는 구조로 확장된다.

조화평균과의 연관성
$$
\frac{1}{R_{\text{합}}} = \frac{1}{R_1} + \frac{1}{R_2}
$$

에서 $R_1 = R_2 = R$인 경우를 생각해보면, 즉 같은 값의 저항이 2개 병렬로 연결된 상황은

$$
\frac{1}{R_{\text{합}}} = \frac{1}{R} + \frac{1}{R} = \frac{2}{R} \quad \Rightarrow \quad R_{\text{합}} = \frac{R}{2}.
$$

이것은 조화평균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전압, 나뉘어 흐르는 전류”라는 병렬 연결 조건에서

$$
\frac{1}{R}
$$

들이 더해지는 조화합 구조가 나타나므로, 평균을 구하면 당연히 조화평균으로 이어진다.

결국, 병렬저항 문제 역시 “무엇이 고정(동일)되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전압이 고정된 상태에서 전류가 분산”된다는 물리적 조건이 조화합(조화평균)을 만들어내는 핵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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