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를 셀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곱셈을 사용한다
6명 중 2명을 고르고 남은 사람 중에서 다시 2명을 고르고 이런 과정을 따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계산이 정확하고 절차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곱한 결과가 언제나 문제의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곱셈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순서'를 만들어낸다
이 순서가 문제 상황에서 실제로 의미가 있다면 그대로 두면 되지만
만약 의미가 없다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조합에서 나눗셈이 등장하는 이유는 단순한 공식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곱셈으로 만들어낸 불필요한 순서를 지워주기 위함이다
곱셈이 만들어낸 가짜 질서를 나눗셈으로 정제하는 것이다

이제 다양한 예시를 통해 곱셈과 나눗셈이 왜 등장하는지 그 근본을 하나씩 살펴보자


  1. 조편성 문제 – 조의 순서가 왜 생기고 왜 제거해야 하는가

문제
남학생 6명을 2명씩 3개의 조로 나눈다 조 이름은 없다

먼저 자연스럽게 곱셈으로 계산해 본다

첫 번째 조를 6명 중 2명 고르는 방법은 6C2이다
두 번째 조는 남은 4명 중 2명을 고르는 방법이므로 4C2이다
마지막 두 명은 자동으로 남는다

따라서 경우의 수는 6C2 × 4C2 × 2C2 = 15 × 6 × 1 = 90이다

그런데 이 90이라는 수는 '조의 순서'를 구별한 결과이다
즉 첫 번째 조 두 번째 조 세 번째 조를 서로 다르게 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조 이름이 없고 조끼리의 순서를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일한 세 조의 자리 바꿈인 3! = 6으로 나누어야 한다

6C2 × 4C2 × 2C2 ÷ 3! = 15

곱셈은 조마다 순서를 부여했고
나눗셈은 그 불필요한 구별을 없앴다


  1. 카드 손패 – 순서가 없는 선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문제
52장의 카드 중에서 5장을 뽑아 손패를 만든다 순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곱셈으로 풀어보면
52 × 51 × 50 × 49 × 48 = 311,875,200

하지만 이 계산은 5장의 카드를 순서까지 구별한 경우를 모두 세었다
A-K-Q-J-10과 10-J-Q-K-A는 같은 손패지만 여기서는 다르게 세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중복된 순서를 제거하기 위해 5! = 120으로 나눈다

52 × 51 × 50 × 49 × 48 ÷ 5! = 52C5

조합은 '순서 없는 선택'을 다루기 위해 곱셈 결과에 나눗셈을 적용한 것이다
순서를 만든 것은 곱셈이었고 그것을 정리한 것이 나눗셈이었다


  1. 원탁 문제 – 회전이란 대칭을 어떻게 제거하는가

문제
8명을 원탁에 둘러 앉힌다 의자는 고정되지 않는다

일렬로 세운다면 경우의 수는 8!이다
하지만 원탁에서는 A-B-C-D와 D-A-B-C를 같은 배열로 본다

회전이 자유로운 구조에서는 맨 앞에 오는 사람을 고정해야 중복 없이 셀 수 있다

따라서 8! ÷ 8 = 7!

회전으로 생기는 중복을 없앤 결과이다
여기서도 곱셈은 모든 순서를 구별했고
나눗셈은 실제 의미 없는 구별을 제거했다


  1. 중복 문자 배열 – 같은 것이 섞여 있으면 왜 나눠야 하나

문제
MISSISSIPPI의 철자를 재배열한다

총 문자는 11개이고 모두 다르다고 가정하면 11!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S가 4개 I가 4개 P가 2개 M이 1개이다

같은 문자는 서로 바꿔도 결과가 같으므로 중복을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11! ÷ (4! × 4! × 2!) = 34,650

곱셈은 모든 문자를 구별했고
나눗셈은 같은 문자끼리의 바꿈을 하나로 묶었다


  1. 정수 분배 (Stars and Bars) – 눈에 보이지 않는 순서를 나눗셈으로 제거

문제
x + y + z = 7을 만족하는 음이 아닌 정수해의 개수를 구한다

이 문제는 별 7개와 막대 2개를 일렬로 배열하는 문제로 변환할 수 있다
총 9개의 자리 중에서 막대 2개를 어디에 넣을지를 결정하면 된다

곱셈으로 생각하면 별과 막대를 구별해 9!로 배열할 수 있다
하지만 별끼리 막대끼리는 구별하지 않는다

따라서 9! ÷ (7! × 2!) = 9C2 = 36

곱셈은 별과 막대를 각각 독립된 대상으로 구별했지만
나눗셈은 서로 같은 것을 하나로 묶었다


핵심 정리

우리가 곱셈을 하면

  • 대상을 구별하고
  • 순서를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의 조건이 그 순서를 요구하지 않으면
곱셈이 만들어낸 가짜 구별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곱셈은 구별을 만들고
나눗셈은 무의미한 구별을 없앤다

조합 공식의 구조는 이 원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n! ÷ (r! × (n - r)!)

n!은 전체 순열을 의미한다
r!은 선택된 r명의 순서를 제거하는 것이다
(n - r)!은 선택되지 않은 나머지의 순서를 제거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합 공식은 곱셈으로 발생한 불필요한 순서를 모두 정리하는 과정이다


수학은 언제나 구별과 동일시 사이의 균형을 고민한다

곱셈은 차이를 만들고
나눗셈은 필요 없는 차이를 없앤다

경우의 수 문제를 볼 때마다
"지금 만든 순서가 진짜 필요한가"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필요한 순서라면 남기고
필요하지 않다면 반드시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정확한 경우의 수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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